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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아기사랑후원회-경찰이 되고 싶어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7. 2.

아기사랑후원회-경찰이 되고 싶어요

광진구청 복지정책과 희망나눔팀 최병화

 

퇴근시간 10분전, 얼굴을 내밀면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옆에는 얼굴이 창백하고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어르신도 함께 있었다. 아이는 동그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의 첫마디는 “내 손자 좀 살려줘요”였다. 어르신은 눈물도 흘리고 아이는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바라보았다. 자신감도 없어 보이고 불안하기도 했다. 어르신이 소리를 질러도 가만히 있었다. 중학교3학년 아이가 할머니 손을 잡고 공공기관을 방문하기는 쉽지 않은데, 할머니의 행동에 부끄러움 없이 할머니는 정당하다는 얼굴표정이다.

지하방에 보증금 4천만원이 밀린 월세로 400만원만 남았다고 한다. 비교적 양호한 환경이나 벽에 곰팡이 자욱이 남아있다. 여름이면 더 심해진다고 한다. 부모는 이혼하고 엄마 얼굴도 모른다. 아빠에 대해 묻자 할머니와 아이는 눈만 마주친다.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교도소 들락거리고, 연락도 안 되고 모른다고 한다. 아이는 할머니가 계시니 다행이라는 말을 한다. 긍정적 생각은 아이의 커다란 강점이다.

공부도 잘하는 녀석이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살림도하고 당신의 아픈 다리를 빠지지 않고 주무르고 청소도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했었다고 한다. 무조건 손자 살려달라고 생떼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몇 마디 하지 않고 다시 할머니를 쳐다본다. 할머니는 아이의 대변인이 되었다. 아이에게 다시 질문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계속 대답해주면 아이의 진짜 원하는 욕구가 뭔지 모른다고 설명하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공부하고 싶어요”

“꿈이 있어요?”

“경찰...”

그리고 한참 후

“저 경찰이 될 수 있을까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경찰될 수 있는데..”

아차했습니다. 아빠의 전과기록에 따라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하는 아이의 걱정을 너무 쉽게 말하지 않았나 싶었다.

다음날 아이와 경찰서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경찰서에서 아이의 멘토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꿈을 포기하지 않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겠다고 했다. 경찰서를 나오는 아이의 얼굴은 눈부신 햇살 그 자체였다.

이렇게 아이와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개월 후 한통에 편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 00입니다.

이렇게 편지를 쓴 이유는 제가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고치기 힘든 말하는 것 때문이예요. 제 글씨가 어설프고 삐뚤 해도 선생님들을 향한 저의 마음만은 전혀 삐뚤지도 않고 어설프지 않습니다. 기억하시죠? 처음 만난 날, 우연히 다른 업무로 방문하고 싸움(?)한 후 그 직원분 소개로 선생님을 만났고, 그 뒤로는 너무도 좋은 선생님들과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건 우연 같았지만 마치 운명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를 처음보시고 흐뭇하게 웃으신 모습을 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평소에도 그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유머가 많으신거 같아요 ^_^

모든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웃음이였습니다. 만나는 분들 모두 웃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아. 선생님이 주신 말씀 중, 미안해하지 말라고, 처음에는 그저 ‘미안한 걸 어떻게 안 미안하지?’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가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멋지고 훌륭한 경찰이 되어서 그때 보답해드리면 된다는 걸 이제 알았고, 이제 그 꿈을 위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들께 보답해 드리려고 합니다.

또 하나, 처음에는 어색해서 말도 잘 못하겠어서 고개만 끄덕였는데 ‘자신의 의사는 분명히 밝히라고’ 했던 그 말은 오랜 기억할 것입니다. 아직은 서둘지만 누구를 만나도 고개를 끄덕거리는 버릇도 고치겠습니다.

저의 모든 선생님, 저는 아직 어리고 작아서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도와주실꺼라고 믿습니다. 저는 선생님께 작은 것이라도 무엇이로든 보답하겠습니다. 그 작은 것은 제가 커서 멋진 경찰이 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할머니가 건강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정방문을 하였다. 임대인이 월세가 밀린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어가자 400만원 남은 돈도 다 공제하면 길거리에 나 앉아야하니 이사를 요청하여 병이 나셨다는 것이다.

집.....불안정한 주거상태에 할머니도 아이도 공황상태인 것을...

다시 할머니와 아이를 사정(Assesment)하였고 조손가정에 대한 주거지원을 검토하였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의 선인장 그리고 두 번째

  --- 중략----

선생님들 기대보다 더 행복한 아이가 될 것이며, 이렇게 조건 없이 바라봐주는 선생님들이 계시는 것에 전 행복한 아이가 이미 되었습니다.

가난을 원망하고 절 버린 부모에 대한 증오심도 있었지만, 가난했다는 것도 저에게는 이다음에 좋은 경험이 되어 저처럼 방황할 때 선생님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부모가 안되어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사랑을 배워가면서 이해해보도록 할 것입니다.

 

세 번째 스승의 날 종이 카네이션

 --- 중략 ----

선생님.....너무 감사합니다. 이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세임대보증금으로 방을 구할 수 있다는 편지를 받았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기뻐하십니다. 저는 너무도 행복한 아이죠?

저 공부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기사랑후원회 심경애국장이 책을 주셨습니다. 학습참고서인데 정말 이토록 세심한 배려까지..남자라는 이유로 표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선생님은 공부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하였습니다. 그리고 후원도 아낌없이 해주셨습니다. 저는 후원금 일부를 디딤돌씨앗통장 가입금으로 사용하였습니다. 지금은 학비로 사용하겠다는 마음도 있고 안정적인 집을 마련도 하고 싶기도하고 가장 중요한 목표달성을 위해 공부가 우선이라 공부합니다. 저 열심히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렇게 할머니와 아이는 성장통을 앓아가면서 성장하고 있다.

아이의 성장통이 약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